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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연수2/소감문

[2025] 청년 4차 취·창업 연수 - '전윤진' 참가자 수기 (미국 거주)

마지막으로 글 다운 글을 써본 것이 언제였나 떠올려보니, 아마 고등학교 독후감이 끝일 겁니다. 그래서 지금 이 초안을 쓰면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쥐뜯었습니다. 글쓰기를 피하려고 이과를 전공했는데, 결국 이렇게 다시 글을 쓰고 있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조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은 충동이 굴뚝같습니다만 이제는 너무 늦었죠.

잠시 이야기가 샜네요.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 있냐고 묻는다면,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막 이틀째에 접어들었으니까요. 그룹 멤버들 모두 하나같이 멋진 사람들이지만, 저는 무언가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까지 아주 오래 걸리는 사람이라, 어쩌면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이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이나, 다른 나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역시 리더는 내 길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거나, 아무런 결실도 없이 끝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모든 경험에서 반드시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면 얼마나 피곤할까요? 나중에 이 프로그램을 돌아봤을 때 그래도 재밌었어,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미래의 저에게 맡겨두려 합니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재외동포청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저로서는, 언젠가 오늘 이 순간을 잊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는 불안정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기억들은 자연스레 희미해지고 결국 깊은 곳에 묻힐 테니까요. 물론 운이 좋다면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 덕분에, 혹은 낯선 도시에서 우연히 익숙한 얼굴을 마주치며 이 시절이 불현듯 떠오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은 각자의 길을 걸으며, 다시 만날 기회조차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지구 곳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재외 동포들이 그러하듯, 저에게도 문득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오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본디 소속감을 갈망하는 존재이고, 아시아인이 드문 환경에서 외로움이 안개처럼 조용히 번져가는 곳에 놓인다면, 저와 같은 사람들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저는 괜찮습니다. 물리학도로서의 저는, 저조차 잊어버린 과거를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칼럼의 한 구절을 빌리자면, “all the particles whose paths were interrupted by your smile, by the touch of your hair, hundreds of trillions of particles, have raced off like children, their ways forever changed by you. (...) that all the photons that bounced from you were gathered in the particle detectors that are her eyes, that those photons created within her constellations of electromagnetically charged neurons whose energy will go on forever.”

그러니 기억이 희미해지고, 의미가 불확실하게 남아 있더라도, 어떠한 변화는 영원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여기에 있었다는 물리적인 증거로서 남을 것이며, 비록 그 증거가 관측되는 날은 영영 오지 않겠지만, 저는 한때 제 삶을 기쁘게 했던 어떠한 경험이 광대한 양자의 흐름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 살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