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온 16조 김채연 참가자의 수기입니다.

안녕하세요 :)
이번 모국 초청연수에 관한 제 소감발표를 위해 몇 자 적어봤습니다. 얼마나 길어야할지 몰라 긴 버전과 짧은 버전 둘 다 준비해봤는데 메일에 둘 다 첨부했으니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긴 버전)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유럽으로 이주해, 폴란드와 네덜란드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최근 대학을 마쳤습니다. 한국은 제 마음 깊숙이 뿌리내린 존재였지만, 동시에 창 너머의 풍경처럼 어렴풋하고 낯설었습니다. 특히 또래의 한국 ㅊ구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막연한 거리감이 있었고, 이번 차세대동포 모국 초청연수에 참여하면서도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었습니다.
하지만 캠프 첫날, 개회식의 한 말이 오래도록 제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나는 미국인이지만, 한국인이기도 하다.” — 최초의 한국계 미국 시장님의 이 담담한 말 한마디는, 제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졌습니다.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 혹은 경계에 선 채 머물러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의 자유시간은 잊을 수 없는 장면들로 이어진 병풍처럼 차곡차곡 펼쳐졌습니다. 한국적 정취가 물씬 배어 있는 골목을 함께 걸으며 우리는 다이소에 들러 한국 특유의 감성이 담긴 소품들을 구경하고, 웃음꽃을 터뜨리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 뽑기방에 들러 인형을 함께 뽑고, 마지막엔 코인노래방에서 각자의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공동의 문화를 온몸으로 향유하는 구성원이었고, 오랜만에 진시메 어린 웃음이 만면에 피어났습니다. 낯설 줄 알았던 ‘한국’이라는 공간이 그제야 따스한 품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순간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함께 완성한 거대한 포스터였습니다. 각자가 살아온 나라의 국기를 정성껏 그리고, 자신의 성장 배경을 투영한 문양과 색감으로 그 안을 채워 넣었습니다. 펜 끝에 깃든 기억과 감정들이 서로 다른 결을 이루었음에도, 그 조각들이 한데 엮여 조화로운 융합의 풍경을 그려내는 모습을 보며, 그것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채로우나 어긋나지 않고, 이질적이지만 충돌하지 않는 — 한 올 한 올 이어 붙인 조각보처럼 피어난 유대감이였습니다.
그리고 이 종이 한 장에는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던 시간, 입장을 기다리며 속닥속닥 나누던 짧은 대화, 똑같은 감탄을 동시에 터뜨렸던 그 찰나들. 우리의 추억은 그렇게 송송이 흩뿌려진 별빛처럼 생겨났습니다.
이번 연수는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저 스스로의 뿌리를 다시금 발견하고, 그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영유해 나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유럽에서 자란 한국인이며, 나의 세계 속에는 두 개의 문명과 정서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고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별을 헤던 윤동주의 밤처럼, 이 연수의 매 순간들이 저에겐 반짝이는 별이었습니다. 눈부시게 스쳐갔지만, 영원히 마음에 남을 소중한 빛으로.
이 귀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신 재외동포청과 모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곳에서 맺은 인연과 기억들이 앞으로도 제 삶의 따뜻한 근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짧은-60초 버전)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유럽으로 건너가 폴란드와 네덜란드에서 자라온 저는, 한국을 마음 깊이 그리워하면서도 늘 창 너머 풍경처럼 낯설게 느꼈습니다. 또래 한국 친구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거리감도 늘 마음 한켠에 자리했습니다.
캠프 첫날, 화면에 잠시 스친 한 문장이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나는 미국인이지만, 한국인이기도 하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제가 품고 살아온 고민이 조용히 담겨 있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 골목에서 웃음을 나누고, 각자의 무늬를 담아 하나의 포스터를 만든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단순한 방문자가 아닌 공동의 문화를 살아내는 구성원이었습니다.
이번 연수는 저에게 정체성의 경계를 딛고, 두 문명을 함께 품은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정이었습니다.
이 깊고 따뜻한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본 소감문은 참가자의 소감문을 그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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